"너 졸업하고 현상할거야? 실시할거야?"
막 건축에 흥미를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할 때쯤 나한테 들어온 질문이었다.
"너 졸업하고 현상할거야? 실시할거야?"
"어..? 아직 생각해본 적 없는데.."
'졸업하면 설계하는거 아니였나? 뭘 골라야 했었다니.. 몰랐다..'
설계사무소에 뭘 또 고르는구나.. 바람의 나라 2차전직 같은건가? 고르면 끝인가?
만약 못바꾸는거면? 난감하구만..
가족, 친척을 다 포함해서 주변에 설계 하시는 분이 없었던 나는 개념이 없었다.
정보가 없으니 모르는게 당연하다. 너무나도 기본적이 지식이라 학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도 개념은 알아야 겠으니 별 친하지도 않지만, 복학 후 만나 괜히 친근감이 생긴 동기형한테 물어봤다.
"형, 졸업하면 실시할거야? 현상할거야?"
"졸업한 선배한테 들은건데 현상은 죽음이래, 무조건 실시하라는데?'
뭔가 석연치 않게 대답해준다.
누구부터 시작된지 모르겠지만, 뭔가 꿀 tip같은 느낌적인 느낌의 내용을 전달받고는
개념을 정리해 버렸다. '졸업 후 실시'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도 실무를 하기 전인데 알리가 난무했고, 심지어 그는 졸업 후 현상설계를 선택했다.
저학년일때는 개념이 아예 없어 몰랐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특히 교수님 일을 도우면서
현상이 뭐인지, 실시가 뭐인지 대충이나마 감을 잡고, 졸업을 했다.
그래도, 현 설계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간단하게나 정리해 줄 필요성는 있다고 판단해 글을 써본다.
우선 현상? 실시? 사실 이 둘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설계사무소같은 경우 효율적인 맨파워 효과를 내기위해 이 둘을 분리해서 운영할 뿐이고,
분리되어 있지 않는 설계사무소도 쉽지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크게 건축 설계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계획설계-기본설계-실시설계" 로 나뉠 수 있다.
01. 계획설계(기획설계)
보통 설계를 진행하는 첫 단계라고 생각하면 되고, 위에서 언급한 현상설계가 계획설계에 포함된다.
규모검토, 법규검토, 대지분석, 계획방향, 배치 및 동선 계획, 평,입,단면 계획, 간략한 공사비 검토등을 수행한다.
건축주(흔히, 개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업도 포함됨)가 원하는 바를
건축가의 아이디어로 표현하여 기본적인 도면화하는 과정까지 계획설계라고 보면 된다.
02. 기본설계
기본설계는 계획설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단계이다.
계획설계에 정해진 계획도면을 바탕으로 심화된 각 공종(건축, 구조, 토목, 기계, 전기, 통신, 소방 ,조경 등)계획과
건축주와의 협의를 통해 평면도, 입면도, 단면도를 결정해 나가는 과정이다.
특히, 기본설계에서는 공사비에 의해 많은 변화가 발생되므로 공사비 검토는 필수이다.
03. 실시설계
실시설계는 최종적으로 건물을 시공할 수 있도록 모든 요소를 결정하는 단계이다.
기본적인 도면뿐만아니라, 시공에 필요한 모든 상세도면을 작성하고, 도면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내용은
시방서, 각종 계산서, 설계설명서, 내역서, 산출서, 조감도(동영상) 등으로 표현하여 작성한다.
또한, 각종 인허가 및 심의를 진행하고, 모든 사항이 완료해야지 비로서 공사할 수 있다.
그래서 결론만 말해라.. 현상설계에서는 무슨일하고 실시설계는 무슨일 하냐고?
[ 현상설계 ]
쉽게 생각해 학생때 했던 공모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학생때는 개인과 개인의 대결이라고 한다면,
실무는 기업과 기업의 대결이다.
단, 학생때는 디자인과 컨셉이 99%지만, 현상설계는 앞서 말했듯이 계획설계 단계로서 규모, 법규, 대지분석,
계획방향, 배치 및 동선 계획, 평,입,단면 계획, 공사비 등의 요소를 기반으로 디자인 대결을 하는 것이다.
아무런 이론의 배경없이 이미지 하나 잘 나와 당선되었던 학생시절를 생각하고,
현상설계를 얕봤다가는 큰코다칠 것이다..
업무의 강도는 강하지만 비교적 기간이 짧아, 스포츠로 따지면 100m달리기와 같다.
마감 날짜가 정확하고, 제출을 하게되면, 보통 3~5일의 휴가를 받는다.(회사마다, 팀마다 케바케)
빠르게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고, 디자인적 수양을 쌓을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시설계]
실시설계는 앞서 말한 계획설계-기본설계-실시설계 모든 단계를 한다.
단, 현상에서 당선된 프로젝트가 실시로 넘어오는 경우는 계획설계를 완료했다 간주되므로 바로 기본설계부터 진행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한번에 계획 및 기본설계를 동시에 진행하여 마무리하고 바로 실시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시에서도 컨셉부터 입면 디자인을 진행하지만, 실시단계 때 각종 인허가 및 심의를 고려하여, 디자인에 반영한다.
워낙 꾸려야할 도서(문서)들이 많고, 금액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꼼꼼함이 필수요소이다.
업무의 강도는 대부분 현상보다는 낮지만, 끝맺음이 명확하지 않고, 기간이 길어 마라톤과 같다.
반전은 회사 상황, PM, 프로젝트에 따라 업무강도가 극악으로 변경될 수 있다.
하나의 건축물을 구축하는데 있어 필요한 많은 요소들을 공부할 수 있고,
실제로 지어지도록 설계하였다는 자부심을 가질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결론]
현상설계라고 해도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실시설계라고 해도 디자인을 안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파트에 맞게 더 특화되어 있을뿐..
이상. 실시설계, 현상설계에 대한 간단한 설명 끝.
추가적인 업무이야기는 다음 피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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